한국에서 처음 맞는 여름방학, 우리 집 생활 루틴 만들기

여름방학에도 아침에 해가 잘 들어올 수 있도록 암막커텐을 달지 않은 아이방
아이방에 암막커텐이 없어서 아침에 밝은 방의 모습

다음 달이면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예전 같으면 방학이 다가와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을 텐데, 올해는 조금 다르다. 우리 가족은 작년까지 해외에서 생활했고, 아이들은 매년 2개월 정도의 긴 여름방학을 보냈다. 방학이 시작되면 한국에 들어와 캠프를 보내거나 학원을 등록하여 3년간 여름방학을 지내왔다.

그런데 올해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처음 맞는 여름방학이다.

기간은 예전보다 짧은 한 달 정도지만 이상하게 더 긴장된다. 해외에서는 방학 자체가 워낙 길어서 처음부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한 달 정도니까 괜찮겠지” 하다가 오히려 생활 패턴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가장 걱정하는 건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사용 시간이다.

방학이 되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

우리 집은 평소에 나름의 원칙이 있다.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는 주말에만 사용한다. 평일에는 학교, 숙제, 운동, 독서 등의 생활을 우선하고 스마트 기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완벽하게 지켜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꽤 잘 유지해 왔다.

문제는 방학이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계속되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부모가 잠깐 다른 일을 하는 사이에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스마트 기기를 찾게 된다. 사실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부모 입장에서도 집안일을 하거나 잠시 쉬고 싶을 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쥐여주면 조용해지기 때문에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나는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항상 생활 루틴부터 먼저 생각한다. 학원 등록보다 먼저, 캠프 예약보다 먼저 말이다.

우리 집은 방학 계획표를 빽빽하게 세우지 않는다.

예전에는 방학 계획표를 빽빽하게 채우려고 했던 적도 있다.

수학 학원, 영어 학원, 수영, 축구, 독서,  체험 활동 등등.

하지만 그렇게 해보니 부모도 힘들고 아이들도 지쳤다. 오히려 중요한 건 하루 전체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에도 가장 먼저 정하려는 것은 아래 네 가지로 하려고 한다.

1. 기상 시간 유지하기

방학이라고 해서 늦잠을 자게 두면 생활 패턴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예전에 주말 루틴 글에서도 썼는 학교 갈 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날 수는 있지만 기상 시간 자체는 크게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유지되면 식사 시간과 취침 시간도 자연스럽게 유지된다. 늦게 자면 또 다시 아침에 늦잠을 자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집은 기상 시간이 이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우리집은 동향인데 아침부터 해가 너무 밝게 뜨는데 암막커튼이 아니어서 밝아서 깰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막 커텐으로 바꾸지 않는 이유가 바로 기상 시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2. 오전 시간은 활동 시간으로 채우기

아이들이 가장 에너지가 많은 시간은 오전이다. 가능하면 학원, 운동, 독서, 외출 같은 활동을 오전에 배치하려고 한다. 오후까지 아무 계획 없이 집에 있으면 결국 스마트폰이나 TV로 흘러가기 쉽기 때문이다.

3. 매일 몸을 움직이는 시간 만들기

수영이든 산책이든 축구든 상관없다. 방학 동안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만들려고 한다. 실제로 아이들은 집에만 있으면 에너지가 남고, 남는 에너지는 결국 짜증이나 스마트 기기 사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4. 스마트 기기 사용 규칙 유지하기

이 부분이 항상 가장 어렵다. 방학이라고 해서 갑자기 규칙을 없애면 개학 후 다시 원래 생활로 돌아오는 것이 훨씬 힘들어진다. 그래서 우리 집은 방학에도 기존 원칙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한다. 다만 특별한 날이나 가족 영화 시간을 활용하는 식으로 조금 유연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맞는 스마트기기의 사용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크린타임으로 아이들이 어떤 앱을 사용하는지와 어떤 동영상을 보는지 주기적으로 확인을 해야 한다. 또한 10분만 더 하고싶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거절는게 좋다. 몇 번씩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끊임없는 요구와 조름이 시작되니 처음부터 정한 시간을 지키는 것이 좋다.

아직도 정답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조금 걱정된다. 한국에서 처음 보내는 여름방학이고, 아이들에게 맞는 학원이나 프로그램을 더 알아봐야 한다. 걱정이 되어서 몇 가지 검색을 해봤는데 자치구에서 대학교와 협업을 해서 운영하는 영어캠프가 매년 있는 것을 확인했다. 6월 중순 쯤 공지가 뜨면 확인 후 아이들 두 명 모두 신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방학이 시작되면 예상하지 못한 변수도 많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캠프를 신청하더라도 추첨이기 때문에 떨어질 수 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느끼는 것은 방학이 시작된 뒤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시작 전에 기본 루틴을 정해두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점이다.

이번 여름방학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학원을 몇 개 더 보내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성과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한 달 동안 생활 리듬을 크게 무너뜨리지 않고, 스마트 기기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보내는 것.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처음 맞는 여름방학이 끝난 뒤에는 어떤 점이 잘 되었고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다시 기록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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