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드폰을 산 지 4년이 됐다. 클라우드는 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저장 공간 부족’ 알림이 수시로 뜬다. 그래서 만든 게 매달 마지막 날 밤에 딱 10분 투자하는 사진첩 정리 루틴이다.
중요한 사진이나 동영상은 2TB 짜리 외장하드에 백업을 해뒀는데, 그래도 핸드폰에서 바로 꺼내 보고 싶어서 막상 지우질 못한다. 백업했으면 지우면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게다가 해외에서 산 핸드폰이라 해외 앱, 한국 앱을 둘 다 깔다 보니 앱이 차지하는 용량도 만만치 않았다.
그나마 카카오톡에서 주고받은 사진은 바로바로 지우는 편인데, 그래도 여전히 사진첩은 늘 전쟁이다.
사진첩 정리 루틴은 스크린샷부터 시작한다
사진첩을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보면서 지우려고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중간에 지쳐서 그만두게 된다. 그래서 나는 검색 기능을 먼저 쓴다.
요즘엔 폴더로 갤러리가 나뉘어져 있어서 찾기가 편하게 되어 있다. ‘스크린샷’ 폴더에 들어가면 캡처 사진만 모아서 볼 수 있다. 계좌번호 기억하려고, 일정 저장하려고, 뭔가 나중에 보려고 찍어둔 것들이나 누군가와 공유하려고 스크린샷을 많이 해 두었다. 막상 열어보면 이미 목적을 달성했거나 뭘 찍어둔 건지도 기억 안 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전체 선택하고 한 번에 지운다.
영수증이나 문서 사진도 이 단계에서 같이 정리한다. 가계부 쓰려고, 업무 때문에 찍어뒀던 것들. 이미 쓴 거라면 남겨둘 이유가 없다. 최근에는 블로그를 쓴다고 필요한 사진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블로그를 쓴 이후에는 바로바로 지워준다.
또 카카오톡 다운로드 폴더는 따로 비워주는 게 좋다. 특히 카카오톡은 자동 저장 기능이 켜져 있으면 사진과 동영상이 갤러리에 계속 쌓인다. 필요 없다면 자동 저장을 꺼두는 것도 저장 공간 관리에 도움이 된다. 단톡방에서 받은 이미지, 임시로 저장된 것들이 생각보다 많이 쌓여있다. 여기만 정리해도 기가바이트 단위로 용량이 확보되는 경우가 있다.
같은 구도의 사진 솎아내기
아이들 사진 찍을 때는 한 장소에서 여러 번을 찍는 편이다. 잘 나온 게 하나라도 있으면 다행이어서. 그러다 보면 비슷한 구도의 사진이 5장, 6장씩 쌓인다.
사진 앱에서 보다보면 똑같아 보이는 구도의 사진이 10장이 넘을 때도 있다. 여기서는 가장 잘 나온 한 장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운다. 눈 감은 것, 흔들린 것, 표정이 이상한 사진들. 막상 지워보면 아깝지 않다. 어차피 다시 열어보지 않을 사진들이다.
의외로 용량 많이 차지하는 것들
실제로 저장 공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건 꼭 사진만은 아니다. 사용하지 않는 앱 캐시, 메신저 다운로드 파일, 짧게 찍은 동영상들이 생각보다 용량을 크게 먹는다. 특히 해외 앱과 한국 앱을 같이 쓰다 보면 앱 데이터가 중복으로 쌓이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것들을 잘 보고 삭제하는 것도 핸드폰의 용량을 늘려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는 더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야 하니까.
베스트 앨범 하나 만들어두기
지우기만 하면 정리가 재미없다. 마지막 3분은 반대로 남기는 시간이다.
‘2026 베스트’라는 앨범을 하나 만들어두고, 이번 달 사진 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것 5~10장만 골라서 넣는다. 아이들 사진, 기억하고 싶은 순간, 뭐든 좋다. 이렇게 해두면 나중에 일 년치 사진을 뒤적이지 않아도 이 앨범 하나로 한 해가 정리된다.
해보면서 느낀 것
요즘 스마트폰은 사진 화질이 좋아지면서 사진 한 장, 영상 하나가 차지하는 용량도 커졌다. 특히 아이 사진이나 여행 사진을 자주 찍는 사람들은 몇 달만 지나도 저장 공간이 금방 부족해진다. 문제는 중요한 사진은 지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동영상은 여전히 잘 못 지운다. 백업해뒀다는 걸 알면서도 핸드폰에서 바로 꺼내보고 싶어서 남겨두게 된다. 그게 용량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사진첩만 정리해도 체감이 다르다.
사진첩 정리도 결국은 옷장 정리와 비슷했다. 한 번에 끝내려고 하면 지치고 조금씩 비워야 오래간다. 매달 마지막 날 밤, 10분만 투자하면 ‘저장 공간 부족’ 알림이 조금은 뜸해진다. 완벽하게 비우지 않아도 된다. 쌓이는 속도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