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짐 줄이는 캐리어 짐싸기 루틴 (feat. 수하물 초과 방지)

짐싸기 루틴
짐싸기 루틴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캐리어를 열어 짐을 다시 옮겨 담아본 적이 있다. 여행 전날 밤에 정신없이 캐리어를 닫는 대신, 지금은 나름의 짐싸기 루틴대로 준비하지만 그때는 그랬다.
뒤에는 줄이 길게 서 있고, 아이들은 지쳐가고, 나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가방 무게를 맞추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4인 가족 여행이다 보니 캐리어 수가 많아 보여도 막상 어른 둘이 들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기내용 하나, 부치는 짐 하나씩이면 어른 둘 기준 최대 4개 정도. 그런데 아이들 짐까지 넣다 보면 수하물 초과는 거의 매번이었다.

그 일을 겪고 나서 짐 싸는 방식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가볍진 않아도 예전처럼 공항에서 짐을 다시 꺼내는 일은 많이 줄었다.

짐싸기 루틴 첫 번째로는 일주일 전, 메모장부터 연다

예전에는 여행 전날 캐리어를 펼쳐놓고 생각나는 대로 짐을 넣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꼭 하나씩 빠뜨리거나 필요 없는 물건을 잔뜩 가져가게 된다. 지금은 캐리어보다 메모장을 먼저 연다.

의류, 세면도구, 전자기기, 상비약, 서류처럼 카테고리를 나눠 필요한 것들을 적어둔다. 한 번 만들어둔 목록은 다음 여행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 점점 편해진다. 여행 갈 때마다 새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준비 시간이 훨씬 줄어든다.

동생이랑 같이 여행 갈 때는 노션으로 목록을 공유하기도 했다. 여행 일정이랑 준비물을 한 페이지에 같이 적어두면 “이거 누가 챙겨?” 하는 말이 줄어든다. 가족끼리라면 카카오톡 톡방 정도만 써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같이 확인할 수 있는 목록이 있다는 점이다.

옷은 ‘착장 단위’로 고른다

짐의 절반은 거의 옷이다.
“가서 입겠지” 하고 넣은 옷은 대부분 캐리어 안에서 구겨진 채 그대로 집에 돌아온다. 평소 옷장 정리할 때도 안 입는 옷은 결국 계속 안입게 되는 듯 했다. 그래서 요즘은 날짜별로 입을 옷을 미리 바닥에 펼쳐본다. 상의, 하의, 신발까지 세트로 맞춰보고 그 안에서 서로 섞어 입을 수 있는 것들만 남긴다.

특히 저가항공을 탈 때는 이 과정이 중요하다. 수하물이 기본 포함이 아니라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내용 캐리어만 들고 간 적도 있었다. 그럴 때는 정말 필요한 옷만 남겨야 하는데, 착장 단위로 미리 정리해두면 생각보다 적은 옷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된다.

옷은 돌돌 말아서 수납 파우치에 넣는다. 부피도 줄고 호텔에서 꺼낼 때도 훨씬 편하다. 특히 가족 여행은 아이들 옷까지 섞이기 쉬워서 파우치별로 나눠두면 찾기도 쉽다.

세면도구는 여행지에 따라 달라진다

세면도구는 무조건 다 챙기는 편이었는데,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필요한 게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동남아 호텔은 어메니티가 꽤 잘 갖춰진 곳이 많아서 샴푸나 바디워시는 현지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국내 여행은 트리트먼트나 세안제, 칫솔치약 같은 걸 직접 챙겨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요즘은 다이소에서 산 실리콘 소분 용기를 자주 쓴다. 샴푸, 트리트먼트, 바디워시를 필요한 만큼만 옮겨 담으면 큰 통을 통째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용기 자체도 가볍다 보니 세면도구 파우치 무게가 꽤 줄어든다.

기내용으로만 여행 갈 때는 액체류 용량 제한도 있어서 작은 용기에 나눠 담아두는 게 훨씬 편하다. 보안검색대에서도 덜 번거롭다. 화장품 샘플도 이럴 때 유용하다. 평소에 모아두면 여행 갈 때 생각보다 잘 쓰게 된다.

전날 밤에는 확인만 한다

짐은 출발 전날 밤에 한 번에 다 싸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일주일 전부터 생각날 때마다 목록에 추가해두고, 사흘 전쯤 옷을 추리고, 전날에는 그냥 체크만 한다.

예전에는 저장 공간 부족 알림 뜨듯 여행 전날마다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루틴이 생기고 나니까 준비 자체가 훨씬 단순해졌다. “혹시 몰라” 하면서 넣던 물건들도 많이 줄었다.

그래도 수하물 초과가 걱정되면 공항 가기 전에 캐리어 무게를 한 번 재본다. 집에서도 체중계로 대충 확인할 수 있다. 본인이 캐리어를 든 채 체중계에 올라간 뒤, 거기서 자기 몸무게만 빼면 된다. 정확하진 않아도 대충 감은 잡힌다.

공항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급하게 짐을 다시 꺼내는 일은 두 번이면 충분했다.

짐이 가벼우면 여행도 달라진다

짐이 줄어들면 여행 자체가 훨씬 편해진다. 이동할 때 덜 지치고, 아이들 챙길 때 한 손이 자유로워진다. 공항에서 뛰어다닐 때도 훨씬 수월하다.

예전에는 여행 준비가 스트레스였다.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지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짐 싸는 방식이 루틴처럼 자리 잡고 나니까 이제는 목록만 꺼내면 거의 자동처럼 준비하게 된다.

완벽하게 짐을 줄이진 못해도, 적어도 공항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캐리어를 다시 여는 일은 많이 줄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바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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