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아침도 평일처럼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주말에도 같은 시간에 일어나면 생체리듬이 유지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그렇지만 과학적인 근거 때문 만은 아니고 늦잠을 자면 주말이 빠르게 사라지는 기분이 들어서다. 대신 서두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스스로 항상 일어나는 똑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같은 시간이지만 느슨한 시작이 우리 집 주말 루틴이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어렸을 때 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우리 집 주말 루틴이 있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다. 단지 주말만큼은 집안일을 내려놓고 온전히 아이들과 함께하기로 한 약속 같은 것이다.
주말 아침 — 느긋하게 시작하고 바깥으로 나간다
아침을 천천히 보내고 나면 가볍게 산책을 나간다. 해외에서 살 때는 콘도 단지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아이들과 손을 잡고 걷다 보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졌다. 지금은 동네 골목을 걷거나 근처 공원을 다녀온다. 바깥 바람을 쐬는 것, 그 단순한 행복이 주말 아침을 살아있게 만든다. 아이들이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정서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산책을 마치고 나면 브런치를 먹으러 나간다. 주말만큼은 외식을 한다. 이것이 우리 집의 원칙이다. 주말에 집안일을 하지 않는 대신 밖에서 먹는다. 처음엔 사치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주말 내내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시간보다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식당을 가보는 경험이 훨씬 가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주말 외식을 부담없이 유지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평일 식비를 줄여서 평일에는 집에서 간단하게 먹는다. 또 외식 장소를 미리 정해두고 나가는데 미리 브런치 카페나 식당 목록을 구글 맵에 저장해 두고 갈 곳을 정하고 있다. 즉흥적으로 나가서 사 먹는 것보다 식비를 줄일 수 있다. 굳이 비싼 식당이 아니라도 동네의 로컬 식당을 가거나 새로운 음식을 체험해 보는 것도 외식의 경험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오후 — 경험을 쌓는 시간
브런치가 끝나면 어딘가로 향한다. 거창한 나들이가 아니어도 된다. 해외에서 살 때는 콘도 퍼실리티의 수영장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좋아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선택지가 훨씬 많다. 근처 공원, 박물관, 과학관, 마트 구경, 동네 카페. 어디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함께 밖에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바깥에서 뭔가를 보고, 만지고, 경험하는 것이 집에서 하는 어떤 것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걸 느낀다. 특별한 장소보다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도. 그래서 적어도 주말 중 하루는 이렇게 온종일 밖에서 보내려고 한다. 또 아이들은 이렇게 밖에서 뛰어 놀아야 에너지를 충분히 소진해 밤에 잠도 더 잘 잘 수 있다. 또 육아맘들은 다 알겠지만 에너지가 남아서 그 에너지가 나에게 오는 것 보다 밖에서 분출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인 셈이다.
일요일 — 다음 주를 살짝 준비한다
토요일을 온전히 바깥에서 보냈다면 일요일은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아이들 숙제를 챙기고, 장을 보고, 다음 주 준비를 한다. 그렇다고 빡빡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오전에 느긋하게 시작하고,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처리하는 정도다. 아이들도 본인이 다음주에 할 일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여유를 갖고 집에서 쉬면서 할 일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일요일 저녁에는 다음 주 할 일 3가지를 적어둔다. 메모 앱에 간단하게. 이것만 해도 월요일 아침이 달라진다. 무엇을 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으니 시작이 훨씬 수월하다. 20분이면 충분한 이 준비가 한 주 전체의 흐름을 잡아준다.
주말 루틴에서 지키는 한 가지 원칙
주말에 집안일을 하지 않는 것. 이것이 우리 집 주말 루틴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처음엔 집이 어질러진 채로 있는 게 신경 쓰였다. 하지만 주말 내내 청소하고 정리하다 보면 아이들과 제대로 함께하는 시간이 없어진다. 또 청소를 해봤자 금방 어질러진다. 깔끔한 집은 월요일에 양보를 하기로 한다. 주말만큼은 경험을 쌓는 시간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아이들이 커서 주말을 기억할 때 엄마가 청소하던 모습보다 함께 브런치를 먹고 공원을 걸었던 기억이 남기를 바란다. 그게 이 루틴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다.
주말 루틴은 더 많이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함께하는 시간을 더 선명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번 주말, 집안일을 딱 하루만 내려놓아 보자. 그 대신 아이들과 바깥 바람을 쐬어보자. 근처 공원 한 바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