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피곤한 날이 있다. 8시간을 잤는데 개운하지 않다. 반대로 6시간밖에 못 잤는데 컨디션이 좋은 날도 있다. 시간만의 문제가 아닌 수면의 질의 문제다.
수면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게 된 건 남편의 수면 환경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눕자마자 바로 잠드는 타입이다. 하지만 남편은 평소 예민해 환경이 바뀌면 잠을 잘 자지 못한다. 특히 해외에 나가서 낯선 환경, 달라진 기후, 바뀐 생활 패턴. 처음 몇 달은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그때부터 남편을 위해 수면의 질 높이는 법을 의식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수면의 질이 중요한 이유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자는 동안 뇌는 하루 동안 쌓인 정보를 정리하고 기억을 저장한다. 몸은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고 면역력을 회복한다. 아이들의 성장호르몬도 수면 중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 수면의 질이 낮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진다. 판단력도 흐려지고 모든 생활이 예민해진다. 주변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루틴을 갖고 있어도 수면이 엉망이면 효과가 반감된다. 수면은 모든 루틴의 기반이다.
수면의 질 높이는 법 5가지
첫 번째는 수면 시간을 고정한다. 몇 시에 자느냐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는 게 중요하다. 우리 몸에는 생체 시계가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면 생체 시계가 맞춰져 자연스럽게 졸리고 깨게 된다. 주말에 늦잠을 자면 그 날이나 다음날 같은 시간에 자는게 어려워 진다. 평일에 다시 맞추는 데 며칠이 걸린다. 완벽하게 지키지 못하는 날도 있겠지만, 주말에도 평일과 1시간 이상 차이 나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두 번째는 취침 1시간 전 스마트폰을 끊는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한다.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오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취침 1시간 전부터 스마트폰을 침실 밖에 두는 것만으로도 잠드는 시간이 빨라진다. 처음엔 어색하다. 2주가 지나면 익숙해진다. 스마트폰 대신 종이책을 머리맡에 두면 자연스럽게 독서로 대체된다. 또 될 수 있는 한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많은 생각이나 걱정을 하다 보면 뇌가 각성되는 것 같아 잠이 확 깨버릴 때가 있다. 그럼 다시 잠드는데 오래 걸린다.
세 번째는 침실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잠들기 좋은 체온은 평소보다 약간 낮은 상태다. 침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깊은 수면에 들기 어렵다. 나는 동남아의 나라에 있었기 때문에 계절 없이 내내 더웠다. 자기 전에는 일반적으로 18~20도가 수면에 적합한 온도로 알려져 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침실을 시원하게 유지하고 잠에 들었는데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한다. 침실 온도를 낮춘 것만으로도 아침에 일어나는 느낌이 달라졌다.
네 번째는 취침 전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잠들기 전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뇌가 수면 준비를 시작한다. 나는 취침 30분 전에 조명을 어둡게 하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매일 같은 순서로 반복한다. 이 루틴이 시작되면 몸이 자동으로 잠잘 준비를 한다. 어떤 루틴이든 상관없다. 스트레칭이어도 좋고, 일기 쓰기여도 좋다. 핸드폰만 아니면 된다. 중요한 건 매일 같은 순서로 반복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낮잠을 20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낮잠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20분을 넘기면 깊은 수면에 들어가 오히려 더 피곤해지고 밤 수면에도 영향을 준다. 낮잠이 필요하다면 타이머를 20분으로 맞추고 눕는다. 짧은 낮잠은 오후 집중력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다. 서두에 말했지만 나는 원래 수면의 질이 매우 좋은데 낮잠을 안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낮잠 잔 날이 열번도 안되는 것 같다. 정말 아프지 않는 한 낮에는 잠이 오지도 않지만 그래서 그런지 밤에 정말 푹 자는 것 같다.
잠이 안 올 때 쓰는 방법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 날이 있다. 억지로 자려고 하면 오히려 더 잠이 안 온다. 잠을 자야 한다는 압박 자체가 뇌를 깨우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나는 몸의 힘을 빼는 방법을 쓴다. 발끝부터 시작해서 종아리, 허벅지, 배, 가슴, 어깨, 얼굴 순서로 천천히 힘을 뺀다. 각 부위에 3~5초씩 집중하면서 긴장을 풀어준다. 이 과정을 마칠 때쯤이면 대부분 잠이 온다. 군대에서 쓰는 수면 기법으로도 알려진 방법인데, 실제로 효과가 있다.
또 하나는 생각을 멈추려 하지 않는 것이다. 잠이 안 올 때 머릿속이 복잡한 경우가 많다. 생각을 억지로 멈추려 하면 더 선명해진다. 대신 호흡에만 집중한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만 느낀다. 그것만으로도 생각이 서서히 멀어진다.
마치며
잠을 잘 자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다음 하루를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랄까. 잠을 잘자야 다음 날 개운하게 또는 활력있게 생활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습관을 만들려고 해도 수면이 받쳐주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오늘 밤부터 딱 하나만 바꿔보자. 취침 1시간 전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작은 변화가 수면의 질을 바꾸고, 수면의 질이 하루 전체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