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해외로 이사를 갔을 때는 박스가 끝도 없이 나왔다. 전체 박스가 120개 정도 였다. 싱가포르는 땅이 좁아서 매우 작은 집에 살았는데 물건은 넘쳐났다. 언젠가 쓰겠지 싶어 샀다가 한 번도 쓰지 않은 것들, 유행이 지난 옷들, 오래된 잡동사니들. 그것들을 박스에서 꺼내면서 내가 너무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고 있었다는 걸 실감했다. 그 때 난 처음으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생각했다.
처음에 해외로 갔을 때는 한국 물건들이 너무 소중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한국에 귀국하면서부터는 비움의 실천을 하고 싶었다. 아이들도 많이 커서 필요 없는 장난감 옷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이제는 다 비우고 오고 싶었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80박스면 충분했다.
물건이 많으면 왜 시간이 줄어들까
물건과 시간이 무슨 관계인가 싶을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연결고리가 있다. 필요한 것을 찾는데는 생각 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10~15분 정도 찾고 나면 결국 지치기도 하고, 반대로 못찾게 되면 더 화가 나기도 한다. 청소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린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거실, 방 이곳 저곳 바닥에 있으면 로봇청소기를 돌리기 전에도 치우느라 시간이 걸린다. 또 옷 고를 때는 널널한 옷장에서 금방 옷을 결정할 수도 있다. 어떤 일을 할 때에는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결정하는데 피로감이 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카테고리별 물건 줄이는 방법
| 카테고리 | 정리 방법 | 남기는 기준 | 주의할 점 |
|---|---|---|---|
| 옷 | 전부 꺼내놓고 작은 것 버리기 | 입었을 때 기분 좋은 것 + 1년 내 입은 것 | 언젠가 입겠지는 버리는 기준 (작아져서 못입는 옷 과감히 버리기) |
| 주방 용품 | 겹치는 기능 파악 | 매일 또는 주 1회 이상 쓰는 것 | 비슷한 크기 냄비 중복 주의 |
| 서류·종이 | 필요 서류만 스캔 후 디지털 보관 | 필요 서류만 실물 보관(병원 접종 기록 등) | 오래된 영수증·설명서 대부분 불필요 |
| 전자기기·케이블 | 연결되는 기기 확인 | 현재 쓰는 기기에 맞는 것만 | 구형 케이블 대부분 정리 가능 (예전 아이폰 케이블 등등) |
| 애매한 물건 | 1년 사용 여부 확인 | 지난 1년 한 번이라도 쓴 것(특히 장난감) | 언젠가 쓸 것 같은 느낌은 기준이 아님 |
사실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버리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한국은 분리수거가 잘 되어있고 소형가전제품을 버릴 때에도 몇 개씩 모아서 신고를 하고 버려야 하는 등 버릴 때 장벽이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분리수거를 따로 하지 않고 그냥 지하에 내려다 놓으면 된다. 생각보다 비울 수 있는게 편리해서 버리기가 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버리지 말라고 하는 인형이 수십개나 되었다. 인형들을 버리는 것이 제일 힘들었는데 아이들이 딱히 찾지는 않지만 버리는 것을 들키면 절대 버릴 수 없다. 무조건 아이들이 학교 갔을 때 버려야 한다.
물건을 줄인 후 달라진 것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청소 시간이었다. 물건이 줄어드니 청소가 빨라졌다. 표면이 비어있으면 닦는 것도 간단하다. 주말 대청소에 반나절이 걸리던 게 한 시간으로 줄었다.
그 다음으로 달라진 건 아침이었다. 옷을 고르는 시간이 줄었다. 옷장에 내가 좋아하는 옷만 있으니 무엇을 입어도 만족스럽다. 아침에 옷 앞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사라졌다.
마지막은 예상치 못한 변화였다. 충동구매가 줄었다. 물건을 줄이는 과정에서 내가 진짜 필요한 것과 그냥 갖고 싶은 것을 구분하게 됐다. 새로운 물건을 살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그게 자연스럽게 소비를 줄였다.
미니멀 라이프는 불편한 삶이 아니다
미니멀 라이프라고 하면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집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 않다. 필요 없는 것을 줄이고, 진짜 좋아하는 것만 남기는 것이다.
물건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양인지가 중요하다. 물건에 둘러싸여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아니라, 어디에 뭐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상태. 그게 미니멀 라이프의 핵심이다.
지금 당장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 4주 플랜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면 지치고 포기하게 된다. 아래 순서대로 매주 하나씩만 진행해보자.
| 주차 | 정리 공간 | 예상 소요 시간 | 핵심 행동 |
|---|---|---|---|
| 1주차 | 서랍 1~2개 | 30분 | 꺼내놓고 1년 내 쓴 것만 다시 넣기 |
| 2주차 | 옷장 | 1~2시간 | 전부 꺼내 입어보고 기분 좋은 것만 남기기 |
| 3주차 | 주방 | 1시간 | 겹치는 기능 파악 후 중복 정리 |
| 4주차 | 책상·서류 | 1시간 | 디지털 스캔 후 실물 최소화 |
매일 하나씩만 해도 한 달이면 집 전체가 달라진다. 작게 나눠서 꾸준히 하는 게 결국 더 빠르다. 해외에서 올 때 짐 정리를 갑자기 하는 바람에 허리가 너무 아팠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꼭 루틴을 정해서 천천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치며
물건을 줄이는 건 버리는 게 아니다. 내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남기는 과정이다. 물건이 줄면 공간이 생기고, 빈 공간으로 청소 시간이 줄어 다른 시간이 생기고, 또 에너지도 생긴다. 그 여유가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집 안을 둘러보자. 지난 1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이 보인다면, 오늘 그것 하나를 내보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