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에게 무서운 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학기 중에는 급식이 해결해줬는데, 방학이 시작되면 점심까지 내가 챙겨야 한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끼가 전부 내 몫이 된다. 4주.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첫날부터 “오늘 점심 뭐 먹어?” 소리를 들으면 머리가 아프다. 왜 밥은 하루에 세 번이나 먹어야 되는 걸까.
해외보다야 그나마 낫긴 하다. 외국의 국제학교는 급식이 형편 없고 학기 중에 매일 아침 스낵 도시락을 싸야 했다. 과일이랑 빵, 간식류를 꼭 챙겨줘야 했는데 아침마다 뭘 넣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학교 제공 메뉴가 부실한 경우가 많아서 항상 신경이 쓰였다.
한국 와서 제일 좋은 게 급식이다. 따뜻하고 균형 잡힌 밥이 매일 나온다는 게 이렇게 든든한 줄 몰랐다. 그렇지만 그게 방학 동안 사라진다.
급식 메뉴가 식단 짜는 힌트
한국 와서 새로 알게 된 것 중에 하나가 한 달치 급식 메뉴를 미리 알림으로 보내준다는 거다. 해외 학교에서도 있긴 했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국의 요리가 대부분이라 어떤 음식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첫째, 둘째가 학교가 달라서 두 학교 급식 메뉴가 각각 오는데, 그걸 보면서 집 메뉴를 짜는 게 생각보다 편하다.
학교에서 고기류가 나오는 날은 집에서 생선이나 두부 반찬을 내고, 학교에서 생선이 나오는 날은 집에서 고기를 굽는 식으로 겹치지 않게 맞추면 된다. 방학 중에도 이 습관을 활용해서, 일주일에 한 번 대충 메뉴 흐름을 잡아두면 매끼 뭘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메인은 직접, 반찬은 사는 전략
매끼 반찬까지 전부 만들려고 하면 방학 내내 주방에서 살아야 한다. 그럴 수 없으니까 역할을 나눴다.
반찬은 반찬가게를 활용한다. 한국은 동네마다 반찬가게가 잘 돼 있어서 나물, 조림, 절임 류는 사다 놓으면 된다. 메인 요리만 직접 한다. 고기를 구우면서 돌아가는 방식이다.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오징어, 생선 등의 해산물. 이걸 일주일 단위로 돌리면 메뉴가 크게 고민되지 않는다. 삼겹살 구이, 닭볶음탕, 불고기, 오징어볶음. 이 정도 레퍼토리면 한 달은 간다.
한국은 배달이 워낙 잘 돼 있어서 지치는 날은 주저 없이 시킨다. 배달, 밀키트, 반찬가게를 적절히 섞으면 매끼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
아침은 원래 하던 대로
아침은 간단하게 유지한다. 해외에서도 아이들 아침은 빵이나 요거트, 과일 위주로 챙겼는데 그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국제학교 다닐 때는 스낵 도시락까지 따로 챙겨야 했지만, 지금은 아침 한 끼만 차리면 되니까 그때보다는 훨씬 낫다.
냉장고에 요거트, 식빵, 과일을 미리 채워두면 아침은 크게 손이 안 간다. 아이들도 이 패턴에 익숙해져서 알아서 꺼내 먹는 날도 있다.
점심은 유연하게
점심은 날마다 다르게 간다. 직접 만들 때도 있고, 근처 나가서 사 먹을 때도 있고, 배달로 해결할 때도 있다. 매일 집에서 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으니까 훨씬 편해졌다.
한국은 점심 한 끼 해결하는 데 선택지가 너무 많다. 동네 백반집, 편의점 도시락, 배달 앱, 밀키트. 굳이 매끼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인정하는 게 방학 식사 루틴의 핵심인 것 같다.
방학 식사 루틴 요약
아침은 빵, 요거트, 과일로 간단하게. 점심은 만들거나 사거나 그날 상황에 맞게. 저녁은 메인 하나 직접 굽고 반찬은 반찬가게에서 사온 것으로. 지치는 날은 배달.
국제학교 다닐 때처럼 매일 아침 도시락까지 싸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은 그나마 할 만하다. 방학이 4주라고 생각하면 길게 느껴지지만, 루틴이 잡히면 그냥 흘러간다.
결국 완벽하게 해주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는 게 제일 중요하다. 매끼 영양 균형 맞춰 차리겠다는 다짐은 첫 주에 무너진다. 그냥 먹이면 된다. 너무 부담 갖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