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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일상 루틴 – 무너진 하루를 다시 세운 1년의 기록

퇴사 후 일상 루틴 — 아침 커피와 노트
퇴사 후 일상 루틴 — 아침 커피와 노트

일상 루틴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건, 아무것도 하지 못한 두 달이 지나고 나서였다. 반강제적인(?) 퇴사를 결심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해방감보다 두려움이 먼저였다. 비록 중간에 육아휴직을 두 번 다녀왔다고 해도 2009년부터 다닌 첫 직장이었고,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몸을 일으키는 것이 삶의 리듬이었으니까. 그 리듬이 사라지면 나는 어떻게 될까.

남편의 해외 발령을 따라 낯선 나라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 언어도 문화도 낯선 환경. 덕분에 처음으로 ‘나는 회사 없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 사람인가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그 물음 앞에서 나는 꽤 오랫동안 무너졌다.

퇴사 후 일상 루틴이 없으면 하루가 증발한다

처음 두 달은 정말 안달이 났다. 아침에 눈을 떠도 할 일이 없었고, 오후가 되면 ‘오늘도 아무것도 못 했네’라는 자책이 반복됐다. 시간은 분명 흘러가고 있는데, 내 손에 남는 게 없는 이상한 느낌.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직장을 다닐 때는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업무 마감이 자연스럽게 하루를 계획해줬다. 그 구조가 사라지니 하루가 통째로 흘러버렸다. 그때 깨달았다. 루틴은 게으름을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내 하루에 뼈대를 세워주는 것이라는 걸.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때 처음으로 ‘나는 일 말고 뭘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생각해봤다. 직장인으로서의 나, 엄마로서의 나만 있었지, 그냥 나 자신으로서의 하루를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퇴사 후 일상이 이렇게 낯설 수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퇴사 후 일상 루틴 — 내가 실제로 만든 하루 구조

변화는 아주 작은 것부터였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와서 집에 들어오면 무조건 커피를 내리고 1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다음, 그날 할 일 세 가지를 종이에 적는 것. 딱 세 가지만. 처음엔 우습게 보였지만, 이 두 가지만으로도 하루의 시작이 달라졌다.

아래는 내가 실제로 운영하는 하루 루틴 구조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최소한의 뼈대만 잡은 것이다.

시간대 루틴 소요 시간 목적
등교 후 오전 커피 + 멍 때리기 10분 하루 시작 신호, 뇌 준비
오전 할 일 3가지 종이에 적기 5분 하루 방향 설정
오전 집중 시간 글쓰기 또는 주요 업무 1~1.5시간 하루 핵심 작업
오전 말 산책 30분 기분 전환, 집중력 리셋
오후 장보기, 집안일, 육아 자유롭게 생활 유지
취침 전 오늘 한 일 메모 앱에 3줄 기록 5분 성취감 확인, 내일 준비

이 루틴의 핵심은 빈틈을 많이 두는 것이다. 모든 시간을 채우려 하면 하나가 무너질 때 전체가 흔들린다. 최소한의 구조만 잡고, 나머지는 그날에 맡기는 것이 오래 유지하는 비결이었다. 그리고 익숙해 지니 나는 커피를 마시며 멍 때리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10분마저 나에게는 너무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퇴사 후 일상 루틴을 만들 때 흔히 하는 실수

루틴을 만들면서 한 가지 더 알게 된 게 있다. 루틴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올 수 있는 곳’이라는 것. 어느 날 산책을 못 해도, 메모를 빠뜨려도 괜찮다. 다음 날 아침 커피를 내리는 순간 다시 나의 하루로 돌아올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흔한 실수 대신 이렇게
처음부터 빽빽한 시간표 짜기 딱 3가지만 고정하고 나머지는 유연하게
하루 빠지면 실패로 여기기 빠진 날은 그냥 넘기고 다음 날 다시 시작
남의 루틴 그대로 따라 하기 내 생활 패턴에 맞게 시간대 조정하기
결과가 없으면 루틴을 바꾸기 최소 3주는 같은 루틴 유지하기

습관 형성에 관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행동과학자들은 작은 행동을 일관되게 반복하는 것이 동기부여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말한다. 동기는 오르내리지만, 루틴은 남는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제임스 클리어의 습관 쌓기 개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귀국 후, 루틴은 더 중요해졌다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시 익숙한 도시, 익숙한 언어. 하지만 상황은 예전과 달랐다. 다시 취업해야 할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볼 시간인지, 갈림길 앞에 섰다.

그때 해외에서 만든 루틴이 나를 붙잡아줬다. 흔들릴 때일수록 루틴이 일상의 닻 역할을 해준다는 걸 몸으로 알았다. 지금은 블로그 운영을 중심으로 내 하루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오전엔 글을 쓰고, 오후엔 아이들과 함께 북적이며 숙제도 같이 하고 책도 읽고, 저녁엔 다음 날을 간단히 준비한다.

귀국 초에는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날도 많았다. 주변 친구들은 여전히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나는 뭔가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커피를 내리고 종이를 꺼냈다. 그 작은 행동이 ‘오늘도 나는 내 하루를 살고 있다’는 감각을 되살려줬다. 아침 루틴 하나가 하루 전체를 얼마나 바꾸는지는 아침 루틴 만들기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다.

퇴사 후에 비로소 알게 된 것

퇴사가 꼭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퇴사 이후의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분명하다. 회사가 주는 구조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루를 설계하는 능력이 결국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

퇴사 후 일상 루틴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아침 커피 한 잔, 할 일 세 가지, 저녁 세 줄 메모.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하루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1년이 지난 지금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완벽한 하루표를 짜기 전에 딱 하나만 먼저 고정해보길 권하고 싶다.

완벽한 루틴은 없다. 나에게 맞는 루틴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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